에베레스트 높이

에베레스트 높이






에베레스트의 진짜 높이를 찾아서: 끊임없는 측정의 역사와 최신 정보


에베레스트의 진짜 높이를 찾아서: 끊임없는 측정의 역사와 최신 정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 에베레스트 산. 그 이름만으로도 웅장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과연 에베레스트의 ‘정확한’ 높이는 얼마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수많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최첨단 기술, 그리고 국제적인 협력의 산물입니다.
오늘은 에베레스트 높이 측정의 장대한 역사와 최신 정보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그 속에 숨겨진 과학적 비밀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에베레스트 높이 측정, 그 장대한 서막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측정하려는 시도는 19세기 중반, 영국령 인도 측량국(Survey of India)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측량국장이었던 조지 에베레스트(Sir George Everest)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 산은 처음에는 ‘피크 XV(Peak XV)’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험준한 지형과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직접적인 측량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측량사들은 인도 평원에서 삼각측량(triangulation)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여러 지점에서 각도를 측정하여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1856년, 인도 측량국의 수학자 라드하나트 시크다르(Radhanath Sikdar)는 복잡한 계산 끝에 피크 XV의 높이가 8,840미터(29,000피트)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수치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주었으며, 한동안 에베레스트의 공식 높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먼 거리에서 간접적으로 측정한 값이었기에, 더 정확한 측정을 위한 열망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의 표준: 8,848미터의 탄생

20세기 중반, 에베레스트 등반이 본격화되면서 높이 측정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1950년대에 이루어진 여러 측량 작업들을 통해, 1954년 인도 측량국은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8,848미터(29,028피트)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수치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에베레스트의 높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교과서, 지도, 백과사전 등 모든 자료에서 에베레스트의 상징적인 높이로 인용되었죠.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텐징 노르가이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을 때도, 그들이 정복한 높이는 8,848미터였습니다.

이 측정은 주로 전통적인 삼각측량과 기상학적 보정(대기 굴절 등)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측량팀은 에베레스트 주변의 여러 고지대에 기지를 설치하고, 정교한 테오돌라이트(theodolite)라는 각도 측정 장비를 사용하여 산의 정점까지의 각도를 측정했습니다.
이후 복잡한 수학적 계산과 지구의 곡률, 중력장 등을 고려하여 최종 높이를 산출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당시로서는 최첨단이었지만, 여전히 육안 관측과 기후 조건에 크게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과학 기술의 진보: GPS와 위성 시대의 도래

1980년대 이후, 위성 기술과 글로벌 위치 확인 시스템(GPS)의 발전은 에베레스트 높이 측정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GPS는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에서 전파 신호를 받아 수신기의 정확한 위치와 고도를 계산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측량 방식이 가졌던 한계, 즉 시야 확보의 어려움이나 대기 조건의 영향을 크게 줄여주었습니다.

1999년, 미국 국립지리학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가 이끄는 미국 탐사팀은 GPS 기술을 활용하여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8,850미터(29,035피트)로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정상에 GPS 수신기를 설치하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이는 기존의 8,848미터보다 2미터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 새로운 높이는 서구권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8,848미터를 고수하는 국가들도 많았습니다.

2005년에는 중국 국가측량국이 독자적인 측량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레이더를 사용하여 눈과 얼음층을 뚫고 암석 정상(rock height)의 높이를 측정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에베레스트의 암석 높이는 8,844.43미터로 발표되었고, 눈과 얼음을 포함한 높이는 8,848.80미터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암석 높이’로 정의할 것인지, 아니면 ‘눈과 얼음이 덮인 최고점’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처럼 측정 주체와 방식, 그리고 기준에 따라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 산의 높이를 둘러싼 복잡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020년, 새로운 공식 높이의 탄생: 8,848.86미터

에베레스트 높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중요한 발표가 2020년 12월에 있었습니다.
네팔과 중국 양국은 수년간의 독자적인 측량 작업과 협력을 거쳐, 에베레스트의 새로운 공식 높이를 8,848.86미터(29,031.7피트)로 공동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8,848미터보다 86센티미터 더 높은 수치이며, 1999년 미국 측량값 8,850미터와 2005년 중국 측량값 8,844.43미터의 중간 지점에 가깝습니다.

2020년 측정의 핵심:

  • 네팔의 노력: 2015년 대지진 이후 에베레스트 높이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네팔은 독자적인 측량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네팔 측량팀은 2019년 직접 정상에 올라 GPS 수신기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 중국의 노력: 중국 역시 2020년 자체적으로 대규모 측량팀을 파견하여 정상에 베이더우(Beidou) 위성항법 시스템 수신기를 설치하고, 다양한 첨단 장비를 활용했습니다.
  • 정교한 기술: 양국은 GPS 및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기술을 활용하여 위성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지상 기반의 삼각측량, 중력계, 레이더(눈 깊이 측정), 그리고 정밀한 지구 중력 모델(geoid model)을 통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 공동 발표: 양국은 각자 측정한 데이터를 교환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8,848.86미터라는 합의된 수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과학적 정확성뿐만 아니라 외교적 중요성도 지니는 결과였습니다.

이 8,848.86미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고 공식적인 에베레스트의 높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를 바꾸는 것을 넘어, 현대 측량 기술의 발전과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에베레스트 높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왜 이렇게 자주 논란이 되고, 왜 단일한 수치로 고정되기 어려운 걸까요?
이는 단순히 측정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자체의 역동성과 복잡성 때문입니다.

  • 판 구조론(Plate Tectonics):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면서 형성된 충돌형 산맥입니다. 이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에베레스트는 매년 약 4~5밀리미터씩 융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에베레스트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산입니다.
  • 지진의 영향: 2015년 네팔 대지진과 같은 강력한 지진은 산의 높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지각이 융기하거나 가라앉을 수 있으며, 이는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미세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에베레스트가 약간 낮아졌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2020년 측정 결과는 오히려 약간 높아졌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눈과 얼음층: 에베레스트 정상은 두꺼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 눈과 얼음층의 깊이는 계절에 따라, 그리고 장기적인 기후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산의 높이’를 측정할 때 암석 정상까지로 할 것인지, 아니면 눈과 얼음이 덮인 최고점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2020년 측정은 눈과 얼음층을 포함한 높이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 측량 기준면(Datum): 산의 높이는 해수면을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의 정의와 기준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지구의 중력장 불균형으로 인해 형성되는 지오이드(geoid)라는 가상의 기준면은 지역마다 형태가 다릅니다. 따라서 어떤 지오이드 모델을 사용하여 고도를 계산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0년 측정에서는 최신 중력 모델을 통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 대기 굴절: 전통적인 삼각측량 방식에서는 빛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 현상(대기 굴절)을 보정해야 합니다. 이는 기온, 기압, 습도 등 대기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오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GPS 측정은 이러한 대기 굴절의 영향을 덜 받지만, 여전히 정밀한 보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왜 에베레스트의 정확한 높이가 중요할까?

단 몇 미터, 몇 센티미터의 차이에 불과한데, 왜 이토록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측정하고 논의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세계 최고봉’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과학적, 지리적, 문화적 중요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과학적 연구: 에베레스트의 높이 측정은 판 구조론, 지각 변동, 지진 활동 등 지구 과학 연구에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산의 높이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지구 내부의 동적인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지도 제작 및 지리 정보: 정확한 고도 정보는 지도 제작, 항공 항법, 지리 정보 시스템(GIS)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입니다.
  • 등반가와 탐험가에게: 세계 최고봉을 오르는 등반가들에게는 정확한 고도 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등반 계획 수립, 고소 적응 훈련,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가 도달한 최고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데 기여합니다.
  • 국가적 자긍심과 국제 협력: 네팔과 중국이 공동으로 높이를 발표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에베레스트의 높이 측정은 국가적 자긍심의 표현이자, 국경을 초월한 과학적 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 기후 변화 연구: 산 정상의 눈과 얼음층 변화는 기후 변화의 중요한 지표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베레스트의 눈 깊이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 연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 끊임없이 변화하고 측정되는 산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둘러싼 이야기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닙니다.
이는 인류의 호기심, 과학 기술의 발전, 그리고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보여주는 대서사시입니다.
19세기 중반의 삼각측량부터 21세기의 위성 항법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더욱 정밀한 측정 방법을 개발하며 에베레스트의 비밀에 한 걸음씩 다가서 왔습니다.

현재 에베레스트의 공식 높이는 8,848.86미터입니다.
이 수치는 네팔과 중국이라는 두 국가의 기술력과 협력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최신 정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는 살아있는 산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역동적인 힘에 의해 미세하게 변화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높이 역시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측정 기술과 지구 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 한번 갱신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에베레스트의 높이 측정은 단순히 가장 높은 산의 ‘키’를 재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이해하고, 그 거대한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다음번에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을 들을 때는, 그 웅장한 높이 뒤에 숨겨진 인류의 끊임없는 도전과 과학적 탐구의 여정을 함께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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